길...
다시 찾아온 섬... 오전 9시 30분 경이다.
햇살이 따갑긴 해도 불어오는 해풍이 오감을 자극한다.
시원하다.
가는 길 오는 길... 상동포구 우측 방파제에 붙여진 화살표는 사시사철 변함이 없다.
누군가의 정성이 올레길 동선을 알려주고 있다.
그 길따라...
낮게 내려앉은 섬에는 집도 사람도 여린 마음을 내려놓는다.
자투리 벽면에 그려진 벽화가 귀엽기도 하다.
조가비의 꿈도 영글어간다.
성근 울담이 운치를 더한다.
구멍 숭숭 바람을 스치고 있다.
꾸미지 않은 모습이어서 정감을 더한다.
초록 지붕이 햇가림을 타고있다.
어느 돌랭이 밭담 아래로 호박넝쿨이 어우러져 있다.
소나기 한줄기 시원히 내렸으면... 수줍게 피여난 호박꽃잎 두 송이...
육지 손님의 섬 마실인 듯 하다.
엉성한 나무가지에 매달린 리본이 잘 어울린다.
작은 바다건너 큰섬이 길게 누워있다.
명암... 오색의 빛 줄기는 거미의 애잔한 산고이다.
들여다 보면 세상이치가 촘촘히 엮어있다.
허투른 일상은 하나도 없다.
동네 삼춘들 자맥질이 한창이다.
평생 그렇게 사시었을...
지척에 '마라도'가 희미하게 떠있다.
꽃길따라... 섬 한바퀴 느릿느릿 발품을 이어가고 있다.
뱃 시간도 넉넉하니 마음 편하다.
동행... 부부 올레꾼의 옅은 미소가 떠올려진다.
상동 포구에서 잠깐 한 두마디 인사말을 건네고... 까무잡잡 햇살에 탄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이제 입추가 지났으니 가을이 성큼 다가올 터이다.
어느 밭담가 누런 풀섶 줄기가 바람에 나풀거리고 있다.
섬과 섬사이... 가파도에선 큰섬이 섬이고 가파도가 육지이다.
추억 한자락... 어떤 풍경이 담겨지고 있을까...
사뭇 궁금도 하여^^...
파도가 밀려오는 섬... 어부의 꿈을 실은 고깃배 한척... 나는 한줄기 시상(詩想)을 꿈꾸고...
잠시 길가 옆 정자에 앉아 개엄주리 코지를 뒤돌아 보고 있다.
쉼 없이 밀려오는 역동이 싱그럽다.
멀리 날렵한 모슬봉이 보인다.
'하동포구'의 거리 풍경... 정낭 한가닥 문설주에 얹여있다.
어찌나...
바닷길... 썰물때 확연히 드러날 해녀들의 긴 울림의 숨비소리이다.
아! 그 바다...
섬 중앙으로 들어섰다.
풀벌레 소리 나그네 기척을 반기고 있다.
길이 이어지고 있다.
황화 코스모스 화원에서... 꽃이 있는 길은 아름답다.
이내 마음도 그리 하였으면...
왜 이리도 섬이 낮을까...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겸손의 미덕이다.
낮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그리 할 듯 하다.
섬도 올레꾼도...
어느집 울담가에 둘러친 예쁜집이 소박하다.
초록창가 옆 벽면에 작은 바구니가 걸려있고...
욕심내지 않는 주인장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제 돌아가야할 귀향의 시간이다.
저 뱃전의 고동소리도 이젠 친근해졌다.
하얀 파도을 가르며...
그섬에 뭍 손님들을 남겨놓았다.
스치는 인연도 고운 바람결이라 했으니...
다시 기다림이다.
오늘도...
2020년 8월 22일~ 별방진의 디카 일기록을 쓰며...
(Am 9.15~11.15, 상동포구-개엄주리코지-하동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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