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일찍 집을 나섰다.
'오설록'에 도착하니 오전 8시가 채 되기 전 이른 시간이다.
비 소식이 있어 우의와 우산을 챙겨온 터이라
마음 든든하다.
'인디언 국화(천인국)'... 어찌나...
'영원한 행복'이라는 꽃말처럼 오래오래...
~~~~~~~♤..♤~~~~~~~
길을 시작하다.
안장간세와는 다르게 역방향으로 걸어간다.
'오설록'... 녹차의 고향이라는 애향을 뒤로하고...
사방팔방 풀입 내음이 진하다.
아무도 없은 나홀로 호강을 누리고 있다.
온통 초록 세상이다.
어느 올레지기님의 정성으로... 간세 모양이 선명하다.
가지 끝 매듭에 한들한들...
돌틈 사이로... 그건 귀한 생명의 경외를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것 하나 서투로 볼것은 없다.
그 옛날 어느 민초의 손길이 '중잣성'을 남겨놓았다.
낙엽 쌓인 굴렁길이 폭신하다.
이끼낀 돌담이 세월의 흔적을 그려넣고 있다.
길이 이어지고... 소롯하다.
시선... 낮게 내려앉은 작지(돌멩이)가 운치를 더한다.
디카의 셧터를 눌러본다.
어느새 바람 한줄기 살포시 끼여들었다.
한참을 머물러 있다.
온갖 풍상을 견뎌내고... 흙 한줌 가릴 곳 없는 빌레돌에 단단히도 뻗어내려...
어느 순간부터 눈길 한번 주지않던 저 모양새가 마음에 와 닿기 시작했다.
감히 떠올릴 수 없는 상상만으로도...
길 어느 자락에 잠시 멈추어 나혼자 사색에 젖어드니 그리 적막한 발품도 아닐 듯 싶다.
새소리 바람소리 풀입향기...
디카 하나 둘러메고 유유자적 걷노라면... 어찌 행복한 올레꾼이 아니랴..!
감사하며...
가는 길 오는 길...
스쳐지나며 뒤를 돌아보니 서로 쳐다보고 있다.
잠시 멋쩍기도 하여^^
가느다란 풀입 가지가 약간 흔들여 있다.
오히려 그 모양새가 아른거린다.
사진을 담아내다 보면 가끔은 의도하지 않은 멋을 나타내기도 한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문도지' 오름 중턱에서... 한가로히 풀을 띁는 말들이 여유롭기 그지없다.
곳곳에 널려있는 말똥냄새가 정감을 더한다^^
쉼터... 빗방울 솔솔 옷 소매를 적시다.
잠시 쉬어가면 좋으련만...
기약...
꽃길따라... 어디를 가든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여있다.
송이송이...
'옥수수'가 어디에?... 어여삐 기다려줄 아량이 필요할지도...
농심의 바램도 함께...
담돌 하나하나... 정겹기도 한데 그건 옛 제주인들의 숙명의 산물이였다.
긴 세월이 흐르고 흘러...
지척에 '저지오름'이 보인다.
그 산세가 부드럽다.
오름아래 옹기종기 처마를 맞대여 살아가는 사람들...
어느 밭담가 빌레자락에도... 눈 여겨 보면 그리움 가득이다.
고향 별방마을 새동네를 닮은...
이제 '저지리' 마을 초입으로 들어섰다.
올레 리본이 마중을 나와있다.
언제나 반갑다^^
이길 휘돌아서서... 지나가는 올레꾼과 인사를 나누고...
전에 아카자봉 길 안내시에 함께 걸었던 분이란다.
제주올레길에서 소중한 추억 담아내시기를...
종착지 '저지예술정보화마을' 표지석에 다달아...
가랑비 솔솔...
정오가 가까워진다.
2020년 7월 18일~ 별방진의 디카 일기록을 쓰며...
(Am 8시~11시 30분 9.3km : 오설록-저지예술정보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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