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콕 할려던 마음이 변심하여
늦게 집을 나선 탓이다.
'그러면 그렇지' 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아내의 궁실거림이 곰살 맞다고
애써 둘러대는 처지가 애처롭기도 하여^^...
어쩌랴...
밭담 몇 덩이 무너진 사이로 파릇파릇
보리싹이 그득하다.
살짝 고민이 된다.
포커스의 주제를 무엇으로 맞출까.
가련히 뼈대만 남은 줄대에 동글동글
구슬방울이 달려있다.
퇴색의 의미가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움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가는 길... 오는 길...
한겨울 추위를 잊은 모양새가 야무차다.
빗방울 오락가락 간지러히...
어느님 고운 눈빛으로 봐주면 좋으련만...
'큰소낭길' 초입으로 들어선다.
얕으막한 돌담 너머로 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풍경은 아까워서 빨리 걸을 수가 없다^^
폭신 거리는 감촉이 그만이다.
오붓하다.
마음 포근해진다.
누가 버린 양심일까...
그 또한 담아내는 시선이 아이러니하다.
그냥 버림받은 깡통이라 생각하자.
안타깝다.
주렁주렁... 한 알, 두 알, 세 알...
어느 길섶가에...
농심의 한숨이 아니기를...
아마도 오늘 아침즈음에 따버린 밀감일 듯하다.
밭 천지에 널려있다.
이내 마음도 괜시리...
'오소록헌 농로'를 스쳐지나간다.
다행히 빗방울이 멈추었다.
'작지길'을 걸어간다.
발끝에 와 닿는 촉감이 부드럽진 못해도
그 느낌이 내겐 그리움이다.
울퉁불퉁 성글게시리...
야생나물... 큰 돌담아래 무성이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괭이나물도 간간이 비집고 들어서 있다.
꽉찬 초록세상이다.
휘돌아 가는 길...
아장아장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다.
귀엽기도 하여...
바람에 살랑거리다.
길... 그곳에...
얼마나 수많은 발자욱이 오갔을까...
낡고 바래여 초라해진 형상이어도 사연사연
안으로 품어낸 숨결이 큰 태산을 닮아있다.
어느것 하나 고맙지 않은 일이없다.
'굴렁진' 숲길...
요부룩 소부룩 그리 느리지 않게 그리 빠르지도 않게 혼자 걷는 여유가 느긋하다.
벗삼아 걸을일도 없으니 쉬어가는 일도
내 마음이라 일찍이 앞서 걸었던 길객들의 심중이
짐작이 될 듯도하다.
'무명천' 길에서... 지나는 올레꾼과 눈 마중을 나누었다.
근데 올레길 너머 다른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말할까 말까 망설이다 그만 두었다.
당황한 표정이 전혀 없어서이다.
길이 이어지고 있다.
월령 마을의 겨울풍경... 백년초 알알이...
옥빛 물결이 바다정원을 이루고 있다.
어떤 모습으로 보이시나요...
섬속의 섬... 그 섬에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을까...
가본지 꽤나 오래 되였다.
언제 즈음에...
어느 돌담집 불빛 어리여...
조용하다.
그곳 주인장의 심성이 궁금해진다.
아마도...
종착지 '한림항"에 다달아...
날이 어둑해져간다.
저녁 때 맞춰 잘 걸어온 것 같다.
오늘도...
2020년 1월 7일~ 별방진의 디카 일기록을 쓰며...
(Pm 12시~ 5.30, 19.1km : 저지예술정보화마을-한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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